용암이
뚫은 3km
터널속에
통일신라 유물이 가득
"2005년에 전신주 교체작업을 하기 위해 지반을 뚫다가
우연히 구멍이 뻥 뚫린 거죠.
직접 들어가
보니
길이가 3.4km나
되는 동굴이 나온거고...
4년마다 열리는 환경
올림픽이라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
개최 1년을
앞두고
제주를 방문한 지난 25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있는
국내 취재진에 처음
공개됐다.
용암동굴인 용천동굴은 1200년 넘게
지하에 묻혀있다
6년전 한국전력 하청회사 직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가이드로 나선 전용문
박사(지질학자)는
"해당 전신주가
없었다면 세계 최고의 용암동굴은
아직도 8m
지하에서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을
것"
이라며이 전신주를 '문화재급 전신주'라고
불렀다.
2차선
지방도의 한켠에 설치된전신주를 따라 수직으로
뚫려 있는 동굴의 철제문을
열어젖히니
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이 사다리를 타고 8m
아래로
내려가자
지표면에서
스며들어 떨어지는
물방울이 동굴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20만년전 용암이 뚫고
지나가면서
만든 터널 같은 동굴
천장에
손전등을
비췄더니
노랗고 하얀 석회 종유관
수천개가
샹들리에처럼 신비롭게 수놓고
있었다.
전 박사는 "용천동굴은
규모가 큰
용암동굴이기도하지만
지표면에 퇴적된
모래층이 빗물에 녹아
내부로 유입되면서 형성된 화려한
종유석이나 종유관으로
장식돼 있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희귀한 동굴"이라고 소개했다.
폭
3~10m,
천장 높이 1~25m의
동굴을
따라 조심조심 발길을
옮기니
통일신라시대
제주사람들이
동굴을
드나들었던
흔적이
곳곳에 가득했다.
전 박사는 동굴 벽면에
검게
긁힌
자국들을
가리키며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드나들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굴 바닥에도 타나 남은
검은 숯들이 가끔
보였고,
부러진 나무
가지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지금은
모두 수습되고 없었지만
이 동굴에서는
통일신라시대 토기 22점과
철기류 4점이 대량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전복껍질이나 삿갓조개
같은
조개류만 지금도
가끔씩
눈에 띄었다.
전
박사는
이들 유물들에
대해
"동굴 벽면에서
발견된
한자(漢字)와 더불어
8세기 전후 제주도에 살던
사람들이
동굴에 출입했던
증거"라며
"멧돼지나 노루의 잔해도 발견된 점으로
미뤄 이곳에서
사람이
살았거나
아니면
특별한 의식이 거행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굴의
하류
(용암이 흘러 생성된 동굴이라서
상류, 하류라 부른다)
끝인 북서쪽
해안 쪽으로 위치해
있는
동굴 안
호수는
그야말로 문화재의
보고였다고
한다.
길이 800m,
최대 폭 20m의
호수는
바다와는 단절돼
있었는데
염분이
주성분인 점으로 미뤄 한 때
바다와 통해
있다가
통일신라시대 전후에
막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동굴의 입구가
어느 날
막히면서
용천동굴은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1200년 넘게 암흑 속에 묻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동굴 속에서
모든 손전등을 꺼 보니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어둠의 세계로 변했다.
호수에서
발견된
4~7cm의 망둥어과의 물고기에
눈이 퇴화된
것도
바로 이 같은 자연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용천동굴은 2006년
>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나
아직까지는 일반인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제주박물관에 전시돼 있어 관람이 가능하다.
지질학자들은
용천동굴같은 동굴들이
제주에 추가로 존재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에서는
지금까지 40여개의 동굴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용천, 만장,
김녕굴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이 같은
자연유산을 바탕으로
제주는
내년 9월에
세계자연보전 총회를
개최하며
세계
환경
수도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해
간다는
계획이다.
○ 출처 : CBS
권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