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 도중에 있는 지정병원에서 시력검사는, 안경을 쓰고도 양쪽 다 0.6이었다. 1종 보통면허 기준인 한쪽이 0.8이상에 미치지 못하였다.
연말인데 올해 들어서는 유독 추웠다. 기침감기로 약을 먹으면서, 섣달그믐날 면허 시험장을 갔다. 용인 신갈 면허장보다 서울 강남면허장이 편리한 것 같아 강남으로 갔다. 엄청난 사람들에 놀랐으나 노인들은 12번별도 창구가 있어 1시간 정도로 2종 면허증을 받아 쥐고는 신기한 특혜를 받은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쉬운 것을.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30초만 사전에 물어보았어도, 추위에 그 고생을 안 해도 될 것을……. 기침감기는 음성이 변할 정도로 깊어졌다.
평소에 내가 입버릇처럼, ‘체면 불고 모르면 물어보라’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을 실천하지 않는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온양 역에서 전철이 출발하면서 시간을 측정해 볼 생각으로 시계를 보았다.
잃어버린 시계를 찾은 지 일주일 만에 시계를 또 잃어버렸다. 총무에게 전화를 해서, 우리가 목욕한 온천탕 이름과 전화를 물었다.
황급히 전화를 걸어 기억하고 있던 옷장 번호를 대고 혹시 시계가 있는지 확인을 부탁했다. 보관하고 있단다. 지난번 시계를 찾은 후, 그렇게 거듭한 다짐을 망각하고 또 잃어버렸다.
“우편으로 붙여 줄 수 없느냐?”는 간청에 “건강을 위하여 한 번 더 온천을 오시라”는 말에 토를 달지 못하고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온양온천 나들이에서 또 실수하다니. 치매는 분명 아닌데? 시초인가? 늙음의 순리이겠지…….
어쩔 수 없이 이틀 뒤 왕복 4시간이 소요되는 온양온천을 혼자 갈 수밖에 없었다. 한 두 사람에게 동행을 권했지만 백수들이 바쁘단다.
지난번에는 친목모임에서는 회비만 내고 총무와 회장의 뒤만 따라 다니며 친구와 즐겁게 수다를 떨면 되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위해 재래시장 안의 지난번에 먹은 음식점을 찾아갔다.
스스로 다짐한 덕목을 지키지 못한 사연으로, 혼자 한 나들이가 가슴 깊이 숨어있는 회한의 추억을 불러내어, 메마른 내 눈언저리에 이슬까지 맺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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