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안 도현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습니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니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안도현
생년월일 1961.12.15~
출생지 경북 예천
출간도서 99종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바닷가 우체국』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북항』 등의 시집을 냈다.
소월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백석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등을 받았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냠냠』 『기러기는 차갑다』와 같은 동시집과 사소한 것들이 주는 기쁨
[안도현의 발견]
안도현 시인이 시 절필 선언 후 처음 쓴 글인 산문집이다. 작가의 눈길이 머문 일상의 발견 201편을 담은 작품을 다섯 개의 부로 나뉘어 단순하지만 순수하고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1부 '생활의 발견'에서는 가족사진, 식당, 청포도 등 생활 속에서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하여 진솔하게 말한다.
2부 '기억의 발견'에서는 동학농민운동, 안중근 의사, 유신 등 아프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들을 담아냈고,
3부 '사람의 발견'에서는 작가가 존경하고 우러러 뵈는 선생님,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말하고 있다.
4부 '맛의 발견'에서는 계절마다 생각나는 군침 도는 음식에 대한 일화와 추억을 담아내며,
5부 '숨의 발견'에서는 작가가 전원생활을 하며 보았던 꽃, 풀 등 아름다운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햇빛이 미끄러져 내리는 나뭇잎의 앞면보다는 나뭇잎 뒷면의 흐릿한 그늘을 좋아하는 작가는 나지막하고 안쓰럽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 유독 많이 이야기 하고 있다. 오래 응시하고, 어루만져보고 귀 기울였을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의 가치는 사람을 전진시키는 힘과 기쁨을 느끼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도현의 발견]을 통해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도록 하자. 사소한 것들이 주는 기쁨은 우리의 삶을 나아가게 해주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시인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원래 있던 것 중에 남들이 미처 찾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즉 시인은 발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견하는 사람인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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