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솜씨/수 필

손자와 할머니(가족)

철산. 케네디 2012. 7. 17. 23:18

 

                                        가 족 (손자와 할머니)

                                                                      김 종 길

 

며칠 전에 우리부부는 일제고사가 끝난 손자 둘을 불러내어 조손(祖孫) 가족 간의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오순도순 식사 중에 큰 손자가 “할머니 전화 자주하시지 마세요, 할머니는 우리를 아직 어린애로 보시는 가 봐요” 하며 불만조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 말에 아내는 손자에게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 해 보였다.

아내는 다 큰 손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아직도 놓지를 못하고 있다. 공부에 열중해야 될 고등학교 2학년인 큰 손자에게 매일 한 번씩 꼬박꼬박 전화를 하니 손자는 전화를 줄여 주길 원했다. 큰 손자는 평소에 공부를 하면서 휴대 전화를 자주 꺼놓았고 아내는 이에 대해 불평을 자주 하곤 했다.

 

아내는 겨울이면 내복 입고 학교 가거라, 여름이면 햇볕이 따가우니 선크림을 바르라는 등 매일 아침마다 전화 혹은 문자를 보낸다. 고등학생인 손자들은 아내의 손자사랑을 간섭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것이다. 나도 몇 번 손자들이 우리 보다 훨씬 똑똑하고 사리 판단을 잘하니 전화를 줄이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마침내 할머니와 손자 간에 사랑의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모처럼 식사는 잘 마쳤으나 어른의 권위와 자존심을 상실해가는 할머니의 소외감과 손자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이 문제로 남았다. 할머니와 손자가 세대와 정서의 차이에서 오는 사랑의 교차점과 사이클이 맞지않는 것이다.  풍부한 상식과 감수성이 강한 손자와 할머니의 사랑의 갈등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가 않았다. 일단 할머니가 전화를 자제하는 선에서 양보를 하였으나 아내의 얼굴에는 서운함이 역역 했다.

  

우리가 어릴 때는 보통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과 같이 살았다. 아버지의 형제와 그 아들인 4촌과도 함께 사는 가족이 많았다. 때로는 증조부모님을 모시게 되면 8촌까지도 이웃하여 한 가족처럼 살곤 했다. 시골의 비좁은 집안에서 밤에 잠을 잘 때면 발을 겹겹이 포개어 자는 것은 보통이었다. 잠을 자다보면 몸끼리 부딪치기도 했고 누구의 다리인지 분간이 안되는 발이 얼굴을 짓누르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조상과 부모에 대한 효도가 가족의 기본규범인 시절에 제사나 어른들 생일 등 대가족이 모이는 날이면 여지 없이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곤 했다. 이런 고운 정 미운정이 얽히면서 가족 간 양보와 이해의 뿌리가 되었고 정은 더욱 깊어가곤 하였다.

신문과 TV 등 메스미디어가 없던 시절에 생활의 지식과 정보는 경험 많은 어른들이 전달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은 생활의 지식을 가르치는 절대적인 스승이였다. 그리고 조상과 어른을 받들어 모시는 효 사상이 뿌리 깊은 가족 사랑의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가족 간의 존경과 사랑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기초가 되었고, 안전한 사회를 이루는 기반이었다.

 

 오늘날엔 핵가족은 어린 형제간에도 방을 따로 쓴다.  4촌 형제를 잘 모르고 지내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교류와 대화의 단절로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점점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기주의로 인해 가족 간, 지역 간, 계층 간에 분열이 점점 깊어지고 가정이 흔들려 사회가 불안해 지고 있다. 교류와 소통의 단절로 외롭고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기에 애완동물이 가족보다 사랑의 우선순위를 점한지 오래되었다.

 

산업화로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가족이나 시회생활에 기본이 되는 인성교육과 상대를 배려하고 타협하는 선량한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자기의 주장은 분명히 하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로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족 간이나 사회의 모든 인간관계도 역지사지로 이해하고 대화와 소통으로 타협하여야한다. 가정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대의를 위해 양보하는 이타주의가 평화로운 가정과 사회를 이룰 수 있음을 기억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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