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셔온 시/모셔온 시

꽃 먼저 와서 / 류인서

철산. 케네디 2020. 3. 25. 11:50

 

           꽃 먼저 와서 / 류인서

 

횡단보도 신호들이 파란불로 바뀔 동안

도둑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질러갈 동안

나 잠시 한 눈 팔 동안   

  

꽃 먼저 피고 말았다

 

쥐똥나무 울타리에는 개나리꽃이

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

민들레 톱니진 잎 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

하얗게 붉게 샛노랗게, 뒤죽박죽 앞뒤 없이 꽃피고 말았다

   

이 환한 봄날

  

세상천지 난만하게

꽃들이 먼저 와서, 피고 말았다

 

 

 


        

 

류인서 시인

 

인서 시인은 2001시와 시학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청마문학상 신인상, 대구시인협회상을 받았다. 시집으로는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창작과비평. 2005), 여우(문학동네. 2009), 신호대기(문학과지성. 2013) 등이 있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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