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솜씨/시

왕 게으름뱅이 나무

철산. 케네디 2015. 2. 10. 22:43

 

   왕 게으름뱅이 나무

                                                                                                                               김종길

 

 

평생 한 발짝도 못 걷는 나무

서서만 있는 게으름뱅이

그래도

천하를 호령하는 왕인가 봐

 

 

봄 오면 잎새 꽃잎 피게 하고

향기 뿜어 벌 나비 불러

화접(花跕) 씨방 맺게 한다

 

 

여름햇빛 그늘 나리고

매미들 노래시켜

가는 길손 즐겁게 한다

 

 

가을에 다람쥐 유혹하여

숨긴 열매 겨울양식이

새끼왕자 싹도 틔운다

 

 

옷 벗은 겨울 오들오들 떨다

나이테 하나 더 두르고

얼어붙은 우듬지에 물 올린다

 

 

한 발도 못 걷는 키 큰 나무

서만 있는 그 자리에서

명령만 하는 왕 게이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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