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의 견적서
김 종길
금년 1월1일 저녁 TV조선에서 건강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손금을 보면 수명과 질병을 알 수 있고, 그 질병이 나으면 손금도 변한다고 했다. 또한 최 모한의사는 얼굴 형태를 보고 그 사람의 질병을 알 수 있다면서, 임의로 지정한 사람의 구체적인 질병을 맞추는데 본인도, 나도 정확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 종로의 모 성인학원에 접수직원이 신청자의 글씨를 보고 직업을 정확히 맞추는데 놀란 적이 있다. 경험에 의한 통계적인 근거를 두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과학적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요즈음에 남들이 평가하는 나의 인격적인 견적서는 어떨까하는 생각을 자주한다. 사람은 태어난 지역, 가문과 전통, 가정생활, 교육환경, 경제적 환경, 직업, 교우관계 등등의 상호작용에 의한 내면적 가치와 외적으로 풍기는 가치, 즉 인간 됨됨이가 그 사람의 견적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80여년을 살아오면서 수없는 사람을 접촉하고 소통하면서, 경험에서 오는 개인의 인격판단이 크게 빗나가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전문적인 지식을 더하면 정확도가 높아짐은 당연하다.
직장생활을 할 때 나를 처음 본 여직원들이 “너무 무서웠다”는 이야기를, 나의 내면적인 온화함을 알고 난 후에야 틀어 놓았다. 얼마나 경직되고 엄해보였으면 그랬을까? 나 스스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어 미안한 생각에 후회하고 있다. 엄한 아버지에, 남자만 있는 육형제맏형의 책임과 여유 없는 찌던 생활, 초등학교에서 대학 졸업까지 학교생활 12년, 고학보다 더한 수학과정, 치열한 경쟁과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행동에 대한 강박관념, 공정성을 지키려는 책임에서 풍기는 나의 견적서다. 지금은 그 틀을 벗어려고 감성적인 문학을 배우고 변화를 애써보지만 효과는 별로 없다.
고착된 나의 견적서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2년 전에 금연할 때만큼 힘들지만, 존경 받을 수 있는 멋진 노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
노년에 봉사와 건강, 취미, 문학, 컴퓨터 활용을 배우려고 이곳저곳 복지관을 기웃거리다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견적서를 달고 다니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나도 혹시’하고 반성도하고 안쓰러울 때가 있다. 능력도 없이 감투를 좋아하는 사람, 과대 망상적 견적서로 포장하는 사람, 돈 자랑 과거자랑, 자식자랑 등등 老慾과 老醜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혹시 나도 ...
내가 기업체 강의하고 다닐 때 앞줄에 앉아 팔짱을 낀 임원들이 다리마저 꼬고 앉아, 너 강의해봐 내가 평가할 테니 하는 그 오만한 태도... 요즈음 내가 가끔 정성을 다하여 설명하는 선생님들 앞에서, 그 때 그 태도를 하고 있는 나를 보고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어디서 온 습관일까? 이유 불문 선생님을 무시하는 불손한 태도임이 분명하다.
멋지고 종경 받는 노인이 되기 위해, 남의 눈으로 나를 보고 내 얼굴의 견적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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