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솜씨/수 필

빨대를 뽑아라

철산. 케네디 2016. 3. 14. 03:19

빨대를 뽑아라

                                                                               김 종 길

  

경칩이 낼모레인데 밤새 도둑눈이 많이 내려 온 천지가 새하얗다.

창 너머 산기슭과 아파트단지에 눈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눈 덮인 산자락의 소공원과 소나무 등 주변풍경을 찍었다. 우리 단지에는 유달리 2~30년 늙은 산수유나무가 많다. 철지난 빨간 열매를 달고 눈을 뒤집어 쓴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눈 덮인 산수유를 정신없이 찍었다. 그런데, 경첩을 눈앞에 두고 한쪽은 노란 꽃망울이 터지는데 얘들은 아직도 늙은 어미나무에 매달려 붉은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을에 열매가 익으면 떨어져 봄에 새싹을 틔워 독립할 것이지, 추운 겨울나기도 힘든 어미나무에 아직도 빨대를 꽂고 있어……. 요즈음 젊은이들처럼 취업은 않고 부모에 의지하는 빨대 족인가 봐.

 

우리 세대가 취업할 60년대 그 때도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큰 기업도 없었지만 중소기업, 공공기관 할 것 없이 연줄과 배경으로 취직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오죽하면 서독광부모집에 2, 30대 경쟁률이었고, 당시로는 고급인력인 고졸 ·대졸이상 졸업자가 60% 이상이 광부로 갔다. 떨어질 가 봐 손에 흙과 연탄 가루를 묻혀 면접을 보았다. 당시 시골에서는 굶주림과 식구를 줄이기 위해 의식주만 해결해주는 도시로 아가씨들이 식모로 가는 예도 흔히 있었다.

우리나라 2, 30대 청소년 실업자가 대졸자 약 50만 명, 고졸미취업자 44만 명 총 94만 명에 실업률 9.5%이다. 이들 미취업자 중 63만 명, 67%가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기대고 있단다. 이들은 부모에게 빨대를 꽂고 살아간다고 해서 '빨대족' 또는 캥거루족이란다. 또한 장기 미취업자인 장미족’ ‘이태백, 삼태백’ ‘낙바생그 외도 대오족’ ‘돌취생등 은어도 다양하다. 이들은 산수유처럼 노년에 병들고, 효도를 바라고 노후준비도 없었던 부모세대에 빨대를 꽂고 산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취업 후에도 자식의 사업 등을 위해 집을 보증 잡혀, 연간 약 8만 명의 노인이 경매로 집을 잃고 길거리로 쫓겨난다니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이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체류자는 137만 명이란다. 그 중 경제활동가능 인구 93만 명이 취업하고 있다. 우리청소년 실업자 94만 명과 비슷한 숫자다. 우리나라 대학교가 192, 2년제 137개 대학이 있어 전국 각 시군구마다 한 개 이상의 대학이 있는 셈이다. 대학진학률 약 84% 세계최고의 수준이다. 대학과 학력의 과잉이 결국 실업자, 빨대족을 양산하였고, 청소년들에게 연애·결혼·출산·주택구입·희망··인간관계 등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세대를 만들고 말았나 싶다. 높은 학력과 생활의 넉넉함, 부모들의 과잉보호가 문제다. 3D(힘들고·더럽고·위험한)업종에는 극심한 인력난이다.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을 93만 명이나 채용하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3D업종에 취업하기 싫어하니 94만 명이 실업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세대 청소년시절 취업의 어려움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살아서 돌아오라는 아침인사로 시작하여 돈을 캐듯 낯선 이국 땅 지하1200미터에서 석탄을 캐고, 여린 여자나이에 이국땅에서 가난을 씻어내듯 외국인 시체를 닦으며, 희망의 새싹을 틔우기 위해 중동의 사막에서 피땀을 뿌리며 일을 했다. 그 피와 땀이 세계최빈국에서 오늘날 10대 경제대국을 이룬 원동력이 되었다. 그 고생과 못 먹고 못 배운 한을 극복하면서, 자손들에 대한 의타심과 과잉보호로 잘못 키워 N포세대를 만든 부메랑이 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은 41로 이간이 끝이 났다. 신에 도전하는 과학의 급속한 발달은 필요인력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멀지 않아 지금의 직업 일부가 없어지고 과 실업률이 50%를 예고하고 있다. 옛 부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많은 경험을 위하여 3D업종도 마다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취업을 개척하고, 자립심을 기르고, 눈높이를 낮추어 일을 해서 파란만장한 부모세대에 빨대를 꽂는 현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2016년 2월 28일 (눈을 덮어 쓴 산수유)

       

2016년 3월 13일 [작년 열매를 달고있어 꽃눈이 없음(위) 피는 꽃눈(아래)]  


'나의 솜씨 > 수 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적 에세이  (0) 2016.10.12
외할머니의 산소   (0) 2016.05.18
내 얼굴의 견적서  (0) 2016.01.13
산업스파이를 막아라(4)  (0) 2015.12.20
산업스파이를 막아라 (3 )  (0) 201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