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日 一善
鐵山 김 종길
국학기공을 수련하기 위하여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계단 중간쯤에 60대 초반의 맹인이 흰 지팡이로 더듬거리는 것을 보니 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았다.
“아저씨 도와 드릴까요”
“예, 고맙습니다. 2번 출구를 찾는데 아무래도 2번 출구가 아닌 것 같아서요“
‘여기는 4번 출구에요, 내가 도와 드리죠“ 하고 손을 집고 2번 출구 쪽으로 가고 있었다.
“눈도 보이시지 않으시면서 혼자 어디를 가세요?”
“단골손님이 안마시술을 마치고, 고객의 승용차를 타고 근처에 내린 것이 그만 방향 감각을 잃었습니다. 평소에는 다니는 길이라, 걸어서는 잘 찾아 왔는데 고객의 호의로 차를 타고 온 것이 그만....... 문명의 이기와 친절이 오히려 나를 혼란하게 하였습니다.”하고 웃었다.
“바쁘실 텐데 고맙습니다.”
“저는 시간밖에 남아도는 것이 없는 사람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댁은 연세가 어떻게 되었소?”하고 느닷없이 내 나이를 물었다.
“7학년 8반입니다”
“예 ! 음성으로 보아서는 60대 중반, 나와 비슷한 나이인 것 같은데요”
청각이 예민한 그분이 내 음성을 듣고 나이를 적게 느꼈다니 기분이 좋아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저가 백배 감사를 해야지요.”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로 가실까요, 2번 출구 계단으로 가실래요.”
“2번 출구가 우리 집 쪽이고, 노상 다니는 계단입니다.”
“이제 오르는 계단입니다” 하니까 나보고 한사코 볼일 보시러 가란다.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하고는, 맹인의 흰 지팡이로 더듬적거리며 계단을 반 쯤 오르는 것을 보고 돌아서 전철을 타고 왔다.
금년부터 작정하고 ‘一 拾 百 千 萬 운동’을 매일 실행하고 있다. 하루에 한가지식 善行을 하며, 열사람이상과 대화를 하고, 百字 이상 글을 쓰며, 千字이상 글을 읽고, 萬 步 이상 매일 걷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 운동은 노인들의 정신건강과 치매를 예방하는 두뇌운동, 만보를 걸음으로써 신체건강에 도움이 됨으로 어른들에게 적극 권장하는 운동이다. 오늘도 일부러 30분을 걸어와서 지하철역 계단으로 내려가다 있었던 조그마한 선행으로 마음이 가벼워 하루가 즐거웠다.
그러나 그 맹인은 일상생활에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연민의 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일본학자 가오가스 하사시는 사람의 시각, 청각, 촉각, 미각, 취각 등 5감(각)으로 느끼는 정보 중 무려 83%를 눈으로 수집한다니 시각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중요한가.
앞을 못 보는 장애인에 비하면 내가 가진 장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눈으로 볼 수 있으니까 마음 놓고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더 빨리 걸을 수도 있고, 장애물을 피하고,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고, 건널목 신호등을 보고 건널 수 있다.
지하철과 버스, 기차도 마음 놓고 탈 수 있다. 낯익은 친구는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자동차 운전도 하고, 배드민턴 등 운동을 할 수 있다. 특히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경기를 볼 수 있는 한가지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운가. 그리고 여행도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갈수 있다. 산이나 들에도 불편 없이 다니고, 산천초목이 춘하추동으로 변하는 아름다움도 볼 수 있다. 하늘의 뭉게구름도, 동트는 아침의 찬란한 햇빛과 저녁의 아름다운 노을도 볼 수 있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 넓은 바다의 넘실거리는 파도와 춤추는 갈매기도 볼 수 있다. 밤하늘에 보석 같이 반짝이는 별도 보고, 밀어를 쏟아내는 황금 같은 둥근 보름달과 쪽배 같은 초승달도 볼 수 있다.
신문에 온갖 정보를 볼 수 있고, 보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도,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친구와 바둑을 두고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즐겁게 소일할 수도 있다. 핸드폰으로 메일과 정보를 검색하거나 게임도 할 수 있다. 물건을 만들거나 조작할 수도 있다. 청소와 가사를 도울 수도 있고, 손자들과 함께 즐겁게 놀 수도 있다. 아름다운 꽃과 채소를 가꾸고, 개나 고양이를 기를 수 있다. 내 얼굴 모습을 거울로 보면서 가다듬을 수 있고, 좋고 나쁜 것을 비교하면서 성능과 색상을 보고 좋은 물건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 분보다 수백 가지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 얼마나 편리하고 즐겁고 행복한가.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보다 3,000여 가지가 넘는 특징이나 장점을 가지고 있단다. 이를 깨닫지 못하거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나는 그 분보다 수많은 장점을 가졌으면서도 그분보다 무엇을 더 잘했고 가치 있게 살았을까? 혹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오만으로 장애인을 얕잡아 보거나 비웃지나 않았을까?
그분을 만나서 도와 준 조그마한 선행보다, 내가 가진 행복을 느끼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 몇 백배의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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