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솜씨/수 필

여수천 찬가

철산. 케네디 2014. 11. 19. 02:08

                              여수천 찬가(麗水川 讚歌)

                                                                 鐵山  김 종길

 

 

오늘도 야탑역 전철을 타기 위하여 여수천을 따라 내가 좋아하는 18번 '종이배'를 콧노래로 부르며 신나게 걸었었다. 내가 여수천을 걷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함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이유는, 두메산골 내 고향(密陽 上東面 麗水洞)은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고향집에서 200여 미터 내려오면 여수천(麗水川) 징금다리를 두 번이나 건너야 외부와 통하는 유일한 길 뿐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200여 미터 단지를 지나면 탄천으로 흘러가는 여수천(麗水川: 城南市 麗水洞)을 따라 만들어진 보도로 매일 30분식 걷는다. 시공을 뛰어넘는 기막힌 우연의 지명일치(地名一致)와 노년에 말초적인 향수를 자극하는 이 개천을 나는 숙명적으로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첫째 이유다. 특히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아름답고 조용한 길이 있다는 것과 전철역까지 하루에 운동량에 알맞은 거리라는 것도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수천은 폭 30~ 50m는 자연개천을 분당에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다듬어진 개천이다. 물이 흐르는 양옆으로 인도 겸 자전거 길이 만들어져 어느 쪽을 걸어도 한눈에 양쪽에 늘어선 풍치림과 경치를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봄이면 개천 물 따라 늘어선 버들강아지와 양쪽 길 옆 둔덕 앞줄에는 아가씨의 삼단같은 생때머리를 늘어뜨린 것과 같은 개나리꽃과 그 뒷줄에 열 지어 현란하게 피어나는 벚꽃은 여의도 벚꽃을 무색하리만큼 주변과 조화로운 경치가 아름답다. 벚꽃의 종류도, 흰 꽃과 분홍색, 붉은색, 연보라색, 겹 벚꽃 등 다양하고, 능수버들처럼 늘어진 벚나무의 자태는 그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일품이다.

 여름에는 수백 가지의 잡초가 뿜어내는 상큼한 풀냄새와 물가에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앙증맞은 좁쌀 같은 분홍 꽃이 널브러져 있고, 그 뒤로는 개천 물 따라 무성한 버들강아지의 뿌리는 질서가 있어도 웃자란 가지는 제멋대로다. 유유히 해엄치는 피라미, 미꾸라지, 이름을 알 수 없는 잔챙이 들이 노닐고 있다. 이들을 먹이사슬로 하는 물오리와 황새도 가끔 나타난다. 지나는 사람의 귀를 간지럽히는 참새와 뱁새 등은 귀찬을 정도로 말을 걸어온다. 도심 속에 2급수 이상의 냇물이 흘러 피라미 등 물고기가 노닐고, 개천의 둔치와 둔덕에는 억새와 갈대, 촉새 등 수백 종의 잡초가 자라는 작은 생태공원을 이루고 있다. 특히 고향산에서 보고 따먹었던 향기롭고 예쁜 꽃과 박주가리는 여름과 초가을에 나만이 독식하는 재미와 고향생각을 하게하는 군입거리가 되고 있다.

 

 

 

가을이면 개천가에는 물봉숭아 꽃이 무성하게 때지어 피어난다. 둔치에는 억새와 촉새가 하얀 털을 뽐내는 도심 속의 억새밭도 볼만하다. 흐르는 물소리, 둔덕에는 개망초꽃과 안개꽃을 닮은 잡초 꽃들이 앞 다투어 앙증맞게 피어난다. 늘어선 단풍나무와 벚나무의 찬란한 오색단풍과 붉게 물든 석양노을이 어우러지면 그 아름다움은 신비하고 경이롭다.

 

 

 

 

 

 

                  

  겨울에는 꽁꽁 언 개천을 보면 어린 시절 내가 만든 썰매로 언 손 호호 불며 썰매 타던 추억이 입김처럼 피어오른다. 겨울에는 개천 남쪽인도에는 고층 아파트그늘에 가려 녹지 않는 눈으로 빙판길로 변하기 일 수다. 그러나 북쪽인도는 햇빛을 받아 눈이 쉽게 녹는 것을 보면, 음지와 양지의 세상살이의 기복도 자연의 법칙임을 실감케 한다.

 

아쉬운 것은, 소음도 공해도 없는 이 아름다운 천혜의 여수천 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 안타깝다. 현대인의 성인병 등 질병의 근본원인이 과도한 영양섭취와 운동부족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걷는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풍족함과 편리성, 게으름이 문제다. 돈을 주고 체육관과 병원을 가기 전에 이 도심 한가운데 자연 속에 흐르는 여수천변을 걸었으면 좋으련만....

 

나는 매일 여수천을 걸음으로써 일거 수십득(一擧 拾得)을 얻고 있다.

 매일 걸음으로써 신체적인 활력을 얻어, 나 자신의 건강은 물론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확신한다.

신체적으로 비만과 고혈압예방 고지혈증, 당료병, 심혈관질환 등등을 예방할 수 있다.

 개천에 흐르는 잔잔한 물소리와 우거진 숲, 수백 종의 풀 등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걸음으로써 메마른 감정을 일깨워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확실하다.

 또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 에너지 절약과 환경오염의 감소, 지구 살리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걸으며 절약된 차비만큼 생존에 절박한 후진국 아동을 돕는데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도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어 즐겁다.

 

나에겐 一擧 數拾得을 할 수 있는 천혜의 여수천이 있어 고맙고 즐겁고 감사하다.   

 

 

 

여수천의 찬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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