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등좌석으로 안내 받았다
鐵山 김 종길
폭염주의보가 연일 계속되는 7월 하순 더위를 견디다 겨우 잠이 든 한밤중에 심상치 않는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잠결에 받은 전화는 아니나 다르랴 나와 동갑인 고향의 육촌형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뇌졸중으로 말도 못하고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요양원과 병원에서 7년이나 고생을 한 형이 팔순을 앞두고 돌아가셨다. 슬픔보다 그간의 가족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잘 돌아가셨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내 나이 탓도 있는 성싶었다.
나는 아직 거동이 자유로우니 함께 자란 형의 장례식에 갈 채비를 생각했었다. 연락을 받은 아들은 내 나이에 장거리 여행을 혼자 가는 것이 걱정이 된다면서 승용차로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러나 아들은 월말이라 사무실업무가 워낙 바쁘기도 하지만, 성남시에서 환경교육을 받고 Green Leader인 내가, 빠르고 쾌적한 KTX열차를 두고, 지구온난화와 폭염의 주원인인 승용차로 그 먼 거리를 가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았다. 혼자 갈 생각으로 광명역에서 밀양 가는 하행열차와 다음날 상행열차의 일반석 경로우대로 좌석을 예약하고, 7월 29일 광명역에서 오후 네 시경에 떠나는 KTX 305열차 일반석에 탔다. 유달리 더운 날이라 광명역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폭염에 노출 된데다, 열차내도 별로 시원하지 않았다. 열차가 대전역을 막 떠날 즈음 부채질을 하며 책을 보고 있는 나에게, 키가 크고 날씬한 여승무원이 “어르신 더우시니 시원한 좌석으로 바꿔 드리겠습니다.”며 단말기로 한참을 검색하더니 5호차 6A좌석이라 적힌 메모지를 주면서 저쪽 칸으로 찾아가서 그 좌석에 앉으라는 것이었다. 메모지를 들고 찾아간 객실은 특실이었고, 더구나 1인석 특등좌석에 섬뜩하리만큼 시원하였다. 경로우대로 일반석의 30% 할인요금으로 가는 것도 고마운데, 다시 시원한 특실에 특등석을 안내 받았으니, 예쁜 승무원의 아름다운 마음만큼이나 내 기분도 즐겁고 감사하였다. 대전역을 지났는가 했는데 이내 밀양역에 도착했다. 광명역에서 2시간여만에 밀양역에 도착한 것이다
60년도 중반부터 서울에 살면서 명절이면 향수를 가득 실은 완행열차를 타고 열 시간이나 걸리는 고향 길도, 설레는 마음에 즐겁기만 하였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옛추억들이 철길만큼이나 길게 이어져 있다. 옛 짐짝같이 숨막히는 객차가 최첨단기술을 자랑하는 KTX로 변하였고, 열 시간 걸리던 고향 길은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세계최고의 시설을 갖춘 Korail로 발전하였다.
고향마을 뒤 철마산에 흙으로 돌아간 형의 장례를 마치고 허무한 마음으로 밀양역 상행선 기차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철도공사 제복을 입은 젊은 직원이 휠체어에 장애우를 태우고 승강장에서 나와 같은 상행선기차를 기다리는 모습이 나에게는 생경한 장면이었다.
“장애인과 어떤 관계지요”
“저는 직원이고 이분은 철도를 이용하는 고객입니다”
“장애우 들이 여행에 불편 없이 지원하는 시스템이 되어 있나보죠”
“물론입니다. 장애우가 기차표를 사는 그 시간부터 승차 후 승무원에게 인계하면, 여행에 불편 없는 도움은 물론이고, 내릴 때도 역구내에서 식구들에게 인도할 때까지 도와주는 체제가 되어있다”는 설명에, 철도공사의 장애우를 위한 세심한 배려에 감탄하였다.
요즈음 나는 노인무료승차권으로 세계최고수준인 korail 전철을 이용하여 가끔 친구들과 온양에서 온천을 즐기고, 춘천에서 닭갈비로 입맛을 돋우기도 한다. 양평에서 친구와 다정하게 호반을 거닐면서 건강을 다지기도 하고, 문산 도라산공원에서 생전에 통일이 되기를 기원할 때도 이용하는 혜택을 누리며 즐겁게 지낸다. 특히 노인어른과 장애우에 대한 세심한 배려 등 최고의 서비스를 경험한 나는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고, Korail의 고객중심의 서비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육촌형을 보낸 허전함과 공허함에 고향과 철도여행이라는 낭만의 묘한 교차점에서 흑백 영화 의 낡은 필름처럼 먼 옛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돌아보고, 선진국수준의 오늘날의 철도문화를 즐기고 체험하면서 주변에 또 한 가지 자랑할 수 있는 기차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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