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취 방
서 효찬
청파동 숙대 입구 우측으로 보면
야윈 골목길이 하나 나오고
그 길을 더듬어 조금 더 들어가면
허기를 보듬고 있는 대문이 열린 집이 하나 있다
연탄아궁이 위에 문간방 하나 내려놓은 집
사학의 꿈을 불사르던
아래목이 까만 연탄을 잉태한 방
면벽을 하고
반짝이는 성애가
옆구리까지 내려오는 썰령한 방이 있다
아침을 겨우 일으키던 곳
밥 탄 내가 연탄불을 달고 나오면
굶주린 배가 꼬르륵 꼬르륵 신호를 보내던 곳
설고 타서
가운데 익은 밥이
후루룩 나를 물 말아 먹으면
밧맛인지
물맛인지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성에가 코끝에 살림을 차리면
곧 태어날 연탄과 함꼐
삼층집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던 곳
온기 가신 연탄과 단둘이
삼층바밥에
아침을 물 말아 먹으면
냄비 밑에
저승점같이 남던 그들은
이 찬 거울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