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셔온 시/모셔온 시

자취방

철산. 케네디 2016. 5. 9. 22:52

 

자 취 방

                                                          서 효찬

 

청파동 숙대 입구 우측으로 보면

야윈 골목길이 하나 나오고

그 길을 더듬어 조금 더 들어가면

허기를 보듬고 있는 대문이 열린 집이 하나 있다

연탄아궁이 위에 문간방 하나 내려놓은 집

사학의 꿈을 불사르던

아래목이 까만 연탄을 잉태한 방

면벽을 하고

반짝이는 성애가

옆구리까지 내려오는 썰령한 방이 있다

아침을 겨우 일으키던 곳

밥 탄 내가 연탄불을 달고 나오면

굶주린 배가 꼬르륵 꼬르륵 신호를 보내던 곳

설고 타서

가운데 익은 밥이

후루룩 나를 물 말아 먹으면

밧맛인지

물맛인지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성에가 코끝에 살림을 차리면

곧 태어날 연탄과 함꼐

삼층집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던 곳

온기 가신 연탄과 단둘이

삼층바밥에

아침을 물 말아 먹으면

냄비 밑에

저승점같이 남던 그들은

이 찬 거울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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