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안 도현 일기 / 안 도현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습니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27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27
할머니 /정여민 할머니 - 정여민 빛을 눈에 담을 수 없었던 할머니 밝음과 어둠의 무게는 같았고 손끝이 유일한 눈이 되셨다. 밝은 다리를 건널 때에는 자식들 사랑에 허리가 휘셨고 어두운 다리를 건널 때에는 자식들 걱정에 손끝이 닳았다. 내가 할머니를 볼 수도 할머니가 나를 볼 수도 없지만 엄마를 ..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