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고개 / 황금찬 보리고개 보리고개 밑에서 아이가 울고 있다. 아이가 흘리는 눈물 속에 할머니가 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할아버지가 울고 있다. 어머니가 울고 있다. 내가 울고 있다. 소년은 죽은 동생의 마지막 눈물을 생각한다. 에베레스트는 아시아의 산이다. 몽불랑은 유럽, 와스카라는 아메리카의 ..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5.04
오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5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시인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4.23
이상선 시(티벳에서 외 1) 티벳에서 / 이성선 사람들은 히말리야를 꿈꾼다 설산 갠지스강의 발원 저 높은 곳을 바라보고 생의 꽃봉우리로 오른다 그러나 그 산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생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하여 많은 짐을 지고 이 고생이다 사랑하는 별 하나 (1) 나도 별과 같은 ..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4.14
차 한 잔/ 길상호 차 한 잔/ 길상호 묵언(默言)의 방 수종사 차방에 앉아서 소리 없이 남한강 북한강의 결합을 바라보는 일, 차통(茶桶)에서 마른 찻잎 덜어낼 때 귓밥처럼 쌓여 있던 잡음도 지워가는 일, 너무 뜨겁지도 않게 너무 차갑지도 않게 숙우(熟盂)에서 마음 식혀내는 일, 빗소리와 그 ..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4.09
찬밥 / 문정희 찬밥 문 정희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1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4.09
패랭이꽃/ 류시화 패랭이꽃 류 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4.09
절벽 가까이로 부르셔서(로버트 슐리)) 절벽 가까이로 부르셔서 로버트 슐리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시기에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으로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더 다가갔습니다 절벽에 겨우 발붙여 선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셨습니다 그 절벽 아래로 나는 떨어졌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4.06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으면서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은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4.02
괜찮다 / 신심현 괜찮다 심동현 어느 날. 작은 새가 나무에게 말했다. 내 의자가 되어주고. 내 동지가 되어주는데. 난 아무것도 해줄게 없어요. 미안해요. 나무가 작은 새에게 말했다. 너의 지저귐은 좋은 노랫소리였고. 너가 지은 둥지는 나의 옷이 되었다. 내게 앉는 너는 나의 난로였다. 그..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4.01
용 기/ 괴테 용 기/ 괴테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은 물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 이것만 있다면 낙심하지 마라 신성/ 괴테 인간은 기품이 있어야 한다. 자비심이 많고 착해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 인간을 구별한다. 알지 못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더 높은 곳에 있는 것..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