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에서 / 곽재구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30
일기 / 안 도현 일기 / 안 도현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습니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27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27
할머니 /정여민 할머니 - 정여민 빛을 눈에 담을 수 없었던 할머니 밝음과 어둠의 무게는 같았고 손끝이 유일한 눈이 되셨다. 밝은 다리를 건널 때에는 자식들 사랑에 허리가 휘셨고 어두운 다리를 건널 때에는 자식들 걱정에 손끝이 닳았다. 내가 할머니를 볼 수도 할머니가 나를 볼 수도 없지만 엄마를 ..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25
봄날은 간다 / 구양숙 봄날은 간다 구양숙 이렇듯 흐린날엔 누가 문앞에 와서 내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 보고싶다고 꽃나무 아래라고 술 마시다가 목소리 보내오면 좋겠다 난리난듯 온 천지가 꽃이라도 아직은 니가 더 이쁘다고 거짓말도 해 주면 좋겠다. 구 양 숙 시인 대구에서 활동하는 구양숙 시인이 ..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25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 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25
하루살이와 나귀 /권영상 하루살이와 나귀 권영상 해지기 전에 한번 더 만나 줄래? 하루살이가 나귀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저녁은 안데 내일도 산책있어 모레 모레쯤이 어떠니? 그 말에 하루살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 섭니다 넌 너무도 나를 모르는 구나 권영상 작가 신간알림 소식 작가 신간알림 소식 받는 중 ..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25
별 키우기 / 문정희 별 키우기 / 문정희 나만의 별 하나를 키우고 깊다 밤마다 홀로 기대고 울 수 있는 별 내 가슴속 가장 깊은 벼랑에 매달아 두고 싶다 사시사철 눈부시게 파득이게 하고 싶다 울지 마라, 바람 부는 날도 별이 떠 있으면 슬픔도 향기롭다 인물 이름 문정희 시인, 대학교수 출생 194..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25
꽃 먼저 와서 / 류인서 꽃 먼저 와서 / 류인서 횡단보도 신호들이 파란불로 바뀔 동안 도둑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질러갈 동안 나 잠시 한 눈 팔 동안 꽃 먼저 피고 말았다 쥐똥나무 울타리에는 개나리꽃이 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 민들레 톱니진 잎 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 하얗게 붉게 샛..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20.03.25
홍문표 교수 [시창작 강의 (총 27강)] ★ [홍문표 교수 시창작 대학]★ (총 27강) 보낸사람 한국문학방송 <dsb@dsb.kr> 보낸날짜 : 19.05.29 19:17 주소추가수신차단 받는사람김종길 <k5696@hanmail.net> 주소추가 오산대 총장을 역임하셨고 명지대학교 명예교수이신 홍문표 교수님과 한국문학방송이 지난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 .. 모셔온 시/모셔온 시 2019.05.29